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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세계적 작가 하루키의 달리기를 축으로 한 문학과 인생의 회고록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Contents

서문 선택 사항으로서의 고통
제1장 2005년 8월 5일 하와이 주 카우아이 섬
제2장 2005년 8월 14일 하와이 주 카우아이 섬
제3장 2005년 9월 1일 하와이 주 카우아이 섬
제4장 2005년 9월 19일 도쿄
제5장 2005년 10월 3일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제6장 1996년 6월 23일 홋카이도 사로마 호수에서
제7장 2005년 10월 30일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제8장 2006년 8월 26일 가나가와 현에 있는 어느 곳
제9장 2006년 10월 1일 니가타 현 무라카미 시
후기 세상의 길 위에서
역자 후기 하루키의 문학과 마라톤 그리고 삶

Notes

122p
집중력과 지속력
집중력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지속력이다. 하루에 3시간이나 4시간 의식을 집중해서 집필할 수 있었다고 해도, 일주일 동안 계속하니 피로에 지쳐버렸다고 해서는 긴 작품을 쓸 수 없다. (중략) 호흡법으로 비유해보면, 집중하는 것이 그저 가만히 깊게 숨을 참는 직업이라고 한다면, 숨을 지속한다는 것은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호흡해가는 요령을 터득하는 작업이다. 그 두 가지 호흡의 밸런스가 잡혀 있지 않으면 몇 년 동안에 걸쳐 전업 작가로서 소설을 써나가기 어렵다. 호흡을 멈추었다 이었다 하면서도 계속할 것. 이와 같은 능력은(집중력과 지속력)은 고맙게도 재능의 경우와 달라서, 트레이닝에 따라 후천적으로 획득할 수 있고, 그 자질을 향상시켜 나갈 수도 있다. 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의식을 한 곳에 집중하는 훈련을 계속하면, 집중력과 지속력은 자연히 몸에 베게 된다. 이것은 앞서 쓴 근육의 훈련 과정과 비슷하다. 매일 쉬지 않고 계속 써나가며 의식을 집중해 일을 하는 것이, 자기라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정보를 신체 시스템에 계속해서 전하고 확실하게 기억시켜 놓아야 한다.그리고 조금씩 그 한계치를 끌어올려 간다.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금씩, 그 수치를 살짝 올려간다. 이것은 매일 조깅을 계속함으로써 근육을 강화하고 러너로서의 체형을 만들어가는 것과 같은 종류의 작업이다. 자극하고 지속한다. 또 자극하고 지속한다. 물론 이 작업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만큼의 보답은 있다.
✧이건 작가 뿐 아니라 모든 직종을 가진 사람들이 반드시 갖고있어야할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특히 개발자를 꿈꾸고 있는 나에게는 재능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오래 하는 것이 실력 향상에 있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호흡해가는 요령을 학습해나가는 것을 멈추게 되면 그 즉시 자신이 뒤쳐지는 것을 목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순리대로 도태될 것이다. 이러한 본질을 달리기에서 터득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새삼 대단하다고 느낀다.
달리기의 본질
여기까지 쉬지 않고 계속 달려온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나 스스로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다음 나 자신의 내부에서 나올 소설이 어떤 것이 될지 기다리는 그것이 낙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한계를 끌어안은 한 사람의 작가로서, 모순투성이의 불분명한 인생의 길을 더듬어가면서 그래도 아직 그러한 마음을 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역시 하나의 성취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다소 과장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기적'이 라도 해도 좋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만약 매일 달리는 것이 그 같은 성취를 조금이라도 보조해주었다고 한다면, 나는 달리는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세상에는 때때로 매일 달리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렇게까지 해서 올해 살고 싶을까" 하고 비웃듯이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이지만 오래 살고 싶어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실제로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설령 오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온전한 인생을 보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이 수적으로 훨씬 많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같은 10년이라고 해도, 멍하게 사는 10년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생동감 있게 사는 10년 쪽이, 당연한 일이지만 훨씬 바람직하고, 달리는 것은 확실히 그러한 목적을 도와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의견에는 아마도 많은 러너가 찬성해줄 것으로 믿는다.